흘린 빨강
비춰지는 것.
드러난 귤빛에서,
한 바퀴 빙 돌아 맺힌 시선 끝에
빨강이 있었다.
얼얼하고 쓰라린,
익숙한 길목이었다.
점점 더 짙게 배어가는
빨강을 따라
조심스레 떨고 있던 마음은
이미 아문 상처 앞에서
생기를 보았다.
『귤빛연작』, 그 아홉 번째 이야기.
– 09 🍊 –
흘린 빨강
_비춰지는 것._
까맣게 타오르고
달콤하게 익은 빛 사이로
빨강이 배어든다.
숨죽여 맺혀 있던
빨간 방울들이
줄을 지어 번지듯 흘러내린다.
뽀얀 껍질 안에
빨강이 깊이 스며들고서야
뜯긴 상처가 얼얼하다.
약한 패배의 흔적일 거라,
나의 무너짐일 거라.
방울이 흘러간 자리까지
겨우 마음이 다다랐을 땐,
보이지 않는 손길이
먼저 닿아 있던 듯,
아물어가는 상처가
아직 흐르고 있는 빨강을 앞질렀다.
상처가 아무는 동안,
빨강은 뜨거웠다.
귤빛의 곁에서,
강렬한 빨강이
생기를 비추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