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탄귤 작가노트 04

― “나는 왜 귤을 그리는가”

‘탄귤’이라는 이름을 짓고,
우연히 하늘에 띄운 귤 하나,
그게 시작이었어요.

귤이 하늘에 둥둥 떠다니니
비현실적이었어요.
그런데도 그 귤은 제가 아는 귤이었어요.
진짜 같았어요.
그런데도 왜인지, 둥둥 떠다니니
가짜 같았어요.

내가 진실로 원하지만
현실에선 닿을 수 없다고 생각하는 그것은
어쩌면 ‘진짜일 리 없다’는 현실의 왜곡 속에서
떠다니고 있는 진짜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리고 그것이 진짜라면,
그 안의 알맹이가 보고 싶었어요.
내가 진심으로 바래왔던 그 이유가
그 안에 있을 테니까요.

상상했어요.
그 안의 알맹이는 어떤 모습일까.
그것을 마주했을 때 나는 어떤 마음일까.
상상만으로도 행복했어요.

그것이 현실이 되었을 때,
어쩌면 내 상상이 그 기쁨을 따라가지 못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리고 그 귤을 내 현실로 데려왔어요.
현실 속에서의 내 귤은
내가 봤던 그 모습이 아니었어요.
왜곡되고, 변형되고,
오해받고, 오해하고, 방황하고.

또 믿고, 기다리고, 기대하고,
그렇게 내게 왔어요.

아프고 치유되며
현실 속에서 진짜의 모습으로
내게 왔어요.

오해받던 껍질은 내게 보호였고,
깊이를 얻는 시간이었고,
진짜를 알아볼 수 있는 눈을 갖게 되는
의미였어요.

그래서 제가 그리는 귤은
그 과정들을 지나온
한 사람에 대한 이야기예요.
그가 전하고자 하는 마음이에요.

그 순간에 있을 또 다른 누군가에게
진심으로 닿길 바라는 마음이에요.

그래서 제게 귤은 곧 사람이에요.
저는 사람을 그리고 있어요.

둥글고 따뜻한 색,
껍질의 질감, 손끝에 닿는 감촉.
그 모든 게 살아 있는 존재로,
마음의 모양이에요.

귤의 껍질은 사람의 겉모습과 같아요.
단단하게 감싸고 있지만,
그 안엔 부드럽고 투명한 빛이 있어요.

껍질이 벗겨질 때마다,
그 안의 알맹이가 드러날 때마다,
한 사람의 진짜 마음이 드러나요.

얼굴을 그리지 않아도,
귤빛 안에서 사람의 온기가 전해졌어요.

속에는 다들 따뜻하고
빛나는 무언가를 품고 있어요.
그걸 알아보는 마음,
그걸 그리고 싶은 마음.
그게 제가 계속 귤을 그리는 이유예요.

저는 사람을 그려요.
다만 사람의 얼굴이 아니라,
사람의 마음을.

그래서 저는 오늘도 귤을 그려요.
그 속에서 사람을 그리고 있기 때문이에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