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귤
그 모습 안에서 이미 얻은 것.
그 불은, 끝장을 내기 위함이 아니었다.
세상의 눈에는 타버린 듯 보여도,
속에서는 달콤한 향이 익어가고 있었다.
여전히 탄 귤.
하지만, 누구보다 깊고 진하게 구워진 마음.
진짜 나를 향한 온기 있는 시선이
그 속에서, 피어오르고 있었다.
『귤빛연작』, 그 세 번째 이야기.
– 03 🍊 –
탄귤
_그 모습 안에서 이미 얻은 것._
노을진 땅 위에,
까맣게 달궈진 귤 하나가
조용한 그림자를 드리운다.
이상을 품은 나의 진짜는
현실이라는 불 앞에서
때로는 타고, 감춰지고,
제 빛을 잃기도 했다.
그렇게 불길이 지나간 자리엔
기대 너머의 것이 남았다.
타오르는 시간은
진짜를 태우기 위함이 아니었다.
속 깊이 감추어진 것들을
드러내기 위함이었다.
그래서 바란다.
탄내음이 스쳐간 자리에
달콤한 향이 피어오를 때,
알맹이가 얻은 달달함을
알아챌 수 있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