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만 것

잃어버린 것

그 이름조차 흐릿해진 채,
그저 까만 무언가로 남아 있었다.

끝인 줄만 알았던 시간,
사라진 게 아니라,
기적처럼 여기까지 와 있었을 뿐.

진한 주황빛 색연필로 채워진 배경 위에, 껍질이 검게 그을려 탄 귤 하나가 그려져 있습니다. 마치 석탄처럼 보일 만큼 어둡지만, 꼭지 하나만 남긴 채 묵묵히 견뎌낸 시간이 고스란히 담겨 있습니다. 오른쪽 아래에는 손글씨처럼 부드러운 서명이 적혀 있습니다. 이 그림은 '귤빛연작'의 네 번째 이야기로, 까맣게 타버린 모습으로도 여전히 존재하는 그 자체가 사랑의 증거이자, 잊히지 않아야 할 기적임을 상징합니다.

『귤빛연작』, 그 네 번째 이야기.

– 04 🍊 –

까만 것  

_잃어버린 것._

노을빛은 땅을 더 가까이 물들이고,

이파리가 남긴 꼭지와 함께

까만 것이 조용히, 동그랗게 남았다.

그렇게 착각이 스민다.

이 까만 빛이 내 빛이라고,

주황빛은 잃은 지 오래라고.

벗겨지기로 정해진 껍질 위에,

진짜인 척 스며든 가짜를 붙잡는다.

끝났다고 말하는 그 자리에조차,

감사할 날은 반드시 온다.

우리는 혼자 버틴 적이 없으니까.

곁에, 계속 머무는 것이 있다.

까만 채로 버텨낸 모든 순간을

조용히 품어준 것이 있다.

드러나지 않아도, 다만 느껴진다.

까만 채로, 여기 있으니까.

그래서 까만 것들은

매일, 조용한 기적 속에 있다.

진한 주황빛 색연필로 채워진 배경 위에, 껍질이 검게 그을려 탄 귤 하나가 그려져 있습니다. 마치 석탄처럼 보일 만큼 어둡지만, 꼭지 하나만 남긴 채 묵묵히 견뎌낸 시간이 고스란히 담겨 있습니다. 오른쪽 아래에는 손글씨처럼 부드러운 서명이 적혀 있습니다. 이 그림은 '귤빛연작'의 네 번째 이야기로, 까맣게 타버린 모습으로도 여전히 존재하는 그 자체가 사랑의 증거이자, 잊히지 않아야 할 기적임을 상징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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