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탑의 꼭대기
드러나는 약속의 시간
그 바람이, 스쳐가는 바람에
젖어 있던 숨결이 마르기 시작했다.
물기를 덜어낸 무게들은
말없이 쌓여가며, 균형을 맞췄다.
그리고 더는 보태지 않아도 될
그 자리에서,
나는 숨처럼 나를 몰아쉬었다.
『귤빛연작』, 그 여섯 번째 이야기.
– 06 🍊 –
돌탑의 꼭대기
_드러나는 약속의 시간._
바람이 스치고 지나간 자리에
말 대신 무게로 남은 것들이
서로를 덧대며 가만히 쌓여있다.
그 위로
까맣게 타오른
작고 지친 한 줌의 마음을 들어
조심스레 올려두었다.
오래 바라보기만 하던 마음이
조용히 그 자리에 앉은 순간이었다.
무너지더라도
나인 채로 남기를 바란다.
위태로워 보여도
버려지지 않을 마음으로.
그렇게
다시 처음으로
숨을 몰아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