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껍질
잃었던 것
질서없이 벗겨진 감각의 틈새로
기다려온 빛줄기 하나가
무방비하게 딸려들었다.
마음 깊숙이 닿은 온기는
주저함이 아른거리는
낯선 떨림 너머에서
조용히 다음 껍질을 바라보고 있었다.
『귤빛연작』, 그 일곱 번째 이야기.
– 07 🍊 –
한 껍질
_잃었던 것._
까만 빛을 헤집고
기다렸던 그 빛이
빼꼼히 모습을 드러냈다.
껍질은
두려워 하기도 전에
무방비하게 벗겨졌다.
투두둑,
뭉툭하고 질서 없는 감각에
날서고 예민해진 때도 있었다.
이깟 일로 아픈 나를 자책했고,
자연스럽지 않고 어색한,
낯설어서 당연한 감각 앞에
주춤거렸다.
한 껍질 벗겨지고 나니,
다 드러나지 않아도 알겠다.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나조차 더는 부정할 수 없는
그 맛까지도
감히 짐작할 수 있는
탄귤이다.
남은 고통이 두려워도
그 모습 안의 것들이
모두 드러나길 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