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탄귤 작가노트 02

― “나는 왜 글을 쓰는가”

하고 싶은 말이 너무 많아서,
어떤 메시지를 어떻게 그림에 담을까
생각을 정리하다 보니 글을 쓰게 되었어요.

처음에는 정돈되지 않은 채로
마음속에 있는 것들을 그냥 쏟아냈어요.
그렇게 흘러나온 말들 속에서 주제를 정리하고,
말로는 다 표현되지 않는 깊이와 표정, 말투를
그림에 담았어요.

어떤 때는 말보다 그림이 먼저 떠올랐고,
그럴 땐 그 위로 하고 싶던 이야기를 불러왔어요.

전하고 싶은 건
그림도, 글도 아닌 메시지예요.

감상은 감상자의 몫이고,
나는 그저 표현할 뿐이에요.

하지만 제 글과 그림에는 분명한 목적이 있어요.
그건 ‘전달’이에요.

글은 그림 속 메시지의 길잡이고,
그림은 그 글을 다시 불러오는 매개체,
어쩌면 촉매제예요.

볼 수 있는 이들은 볼 거예요.
그림 한 장 한 장에는
그 순간의 사람이 담겨 있으니까요.

각자의 이야기는 다르겠지만,
비슷한 어떤 순간을 지나고 있는 이들에게
이 메시지가 정확히 닿기를 바랐어요.

그래서 글만으로도, 그림만으로도 부족했어요.
그래서 글을 멈출 수 없었어요.

처음엔 단지 표현과 전달이 목적이었는데,
다시 보고, 다시 읽으면서
새로운 이야기가 덧씌워졌어요.

그림을 보면, 글을 읽으면
전하려던 메시지가
오히려 더 짙게 되돌아왔어요.

다른 이들에게 닿길 바랐던 것이
결국 나에게 와서 닿았어요.

그림 한 장에는
여러 순간의 마음이 겹쳐 있어요.

글이 없었다면
그 모든 순간을 깊이 되짚어보지 못했을 거예요.

그림을 그리기 위해 글을 쓰고,
그것을 새롭게 음미하기 위해 다듬어요.

글도, 그림도
결국 여러 층위를 가진 하나의 메시지예요.